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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그 집엔 레베카가 산다

by limji0538 2025. 5. 17.

영화 레베카 포스터

 

🎬 기본 정보 – 《레베카》(2020)

  • 감독: 벤 휘틀리 (Ben Wheatley)
  • 각본: 제인 골드먼, 조시 스톨버그, 알프레드 히치콕
  • 원작: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Rebecca》(1938)
  • 출연:
    • 릴리 제임스 (Lily James) – 새 Mrs. 드 윈터
    • 아미 해머 (Armie Hammer) – 맥심 드 윈터
    •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Kristin Scott Thomas) – 댄버스 부인
  • 장르: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
  • 러닝타임: 121분
  • 배급: 넷플릭스 (Netflix Original)
  • 공개일: 2020년 10월 21일 (넷플릭스 스트리밍 공개)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사라진 그녀, 그러나 떠나지 않은 이름

 

영화 ‘레베카’는 시작부터 이상하게 불안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젊은 여성(릴리 제임스)은 몬테카를로에서 매력적인 상류층 남성 맥심 드 윈터(아미 해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됩니다. 그녀는 막연한 설렘을 안고 남편의 대저택, 맨덜리로 들어가지만, 곧 그곳이 단순한 집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곳에는 이미 사라진 또 한 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레베카. 죽은 첫 번째 부인의 존재는 집 안 구석구석에 남아 있고, 사람들의 시선과 말투, 분위기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입니다. 특히 집사인 댄버스 부인(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태도는 차갑고 날카롭습니다. 그녀는 레베카를 숭배하고, 새로운 부인을 마치 침입자처럼 대합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죽은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레베카의 존재는 더욱 강렬하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주인공은 레베카라는 이름과 계속 비교당하고, 아무리 애써도 그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고전의 리메이크, 그 분위기의 재해석

 

이 작품은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새롭게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원작이 가진 고딕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점점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감, 화려한 저택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흔들림은 과거의 클래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릴리 제임스는 순수하지만 점차 강인해지는 주인공을 잘 표현해냈고, 아미 해머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남편 역할에 나름의 무게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단연 댄버스 부인입니다. 그녀는 극 전체를 휘감는 기묘한 공기와 감정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면서도 끌리게 만드는 묘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 끝내 사라지지 않는 ‘그녀’

 

레베카는 이미 죽었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누구보다도 살아 있습니다. 누구도 그녀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주인공 역시 그녀를 넘어설 수 있을지 끝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결혼은, 곧 자신과의 싸움이자 과거와의 대결로 이어집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미스터리도, 단순한 로맨스도 아닙니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와의 싸움, 사랑과 질투,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극입니다. 마지막까지 무거운 분위기와 묵직한 질문을 남긴 채, 영화는 천천히 막을 내립니다.

‘레베카’는 공포스럽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서늘한 감정을 남깁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이름 하나가 인간의 마음을 얼마나 지배할 수 있는지를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